단촌총화

바이블시론- 품위 있게 죽을 권리(201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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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1 16:20 조회2,3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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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환자가 회복 가망이 전혀 없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죽는 순간까지 계속될 상황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생명연장 보조장치를 제거할 수 있다는 법제다.

기실 이런 성격의 존엄사 혹은 넓은 의미의 안락사는 이미 네덜란드를 비롯한 몇몇 국가가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같은 기계장치로 무의미한 생명을 근근이 이어가게 하는 것은 환자나 가족에게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필자 역시 연명치료 중단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딱한 처지에 빠진 교인들을 더러 보아 왔으니 전국적으로 그 대상자는 아주 많을 것이다.

그동안 딱히 합법화된 기준이 없었기에 환자와 가족의 고통만 키워왔고, 병원 측에서도 막막한 상태로 있었던 차에 이번 결의는 환영할 만하다.



연명치료 중단 악용 막아야



 회복불능의 말기암 환자나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가 의미 없는 생명을 연장하도록 도와주는 보조장치를 제거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수동적 안락사로 볼 수 있다.

환자의 고통을 종식시키기 위해 모르핀 같은 약물을 주입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죽도록 돕는 능동적 안락사와 달리 수동적 안락사는 윤리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어떤 치료도 그저 죽음을 지연시킬 뿐 진정으로 인간다운 생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냉엄한 현실 판단이 설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조처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의 결정에 따를 경우 연명치료 중단이 잦아져 자칫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연명치료 중단의 80∼90%가 환자 가족의 결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간과해서 안 된다.

따라서 새로운 법안을 만들 때 의식이 없는 환자의 가족이 환자의 결정권을 대리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가족들이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견디다 못해 이런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므로 단지 돈 때문에 강제로 치료를 중지시키는 일이 없도록 법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고통을 없애기 위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재촉하는 능동적 안락사는 창조주 하나님의 생사여탈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인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식물환자에게 단지 기계장치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연명하게 하는 것도 문제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적어도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없는 가정은 괜찮겠지만 서민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료비 지출에 아무래도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다.

하지만 돈 문제와 상관없이도 죽음을 코앞에 둔 환자에게 인위적인 기계장치 도움 없이 자연스럽게 죽어가게 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에 배치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연명치료 중단의 대상과 범위, 방식에 대해 더욱 더 철저한 법적, 윤리적 조건을 달아서 여하한 남용이나 악용을 막아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기독교적 호스피스 사역 필요



 한 보고에 의하면 생명연장 치료를 하다 죽어가는 환자가 매년 3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이에 대한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나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신앙적으로 재정비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환자 자신이 평소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이라는 기독교적 내세신앙을 가져 기계장치에 의한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할 경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게 해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무리한 치료를 받게 하기보다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임종하도록 배려해 주는 쪽이 훨씬 더 아름답다.

이제 환자가 죽음의 불안과 공포를 이기고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가진 채 품위 있게 종말을 맞도록 돕는 기독교적 호스피스 사역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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