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바이블 시론- 여지가 없는 사회 (20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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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1 16:41 조회2,9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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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빡빡하게 돌아간다.

땅은 물론이고 하늘과 바다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연일 땅뺏기 게임을 하고 있다.

장성택의 처형은 북한에 대한 환상을 일거에 깨버렸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뭔가 있겠지 막연한 기대를 걸었지만, 고모부요 제2인자를 순식간에 처치하고 대역죄인으로 매도하는 현실에 아연실색했다.

고문으로 시퍼렇게 멍이 든 채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너무나 처참한 몰골로 추락한 사진을 보며 이런 일이 문명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내내 믿겨지지 않았다.

 유일영도 체제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 경우 가차 없이 응징하는 철의 장막에 대한 공포심과 함께 새삼 종북주의자들에 대한 의구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



물러섬 없는 勞·政 강경대치



 철도 파업으로 인한 정부·여당 대(對) 노조와 야당·재야 연계 세력의 강경 대치 역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

십팔년 만에 공권력을 민노총 본부에 투입하여 무리한 진입작전을 시도함으로써 노동계 전체에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정권퇴진 운동으로 비화되고 있다.

법과 원칙을 유난히 강조해온 박근혜정부는 이러한 반대세력을 극단적으로 종북좌파로 몰기까지 물러서지 않으려 하고 있고, 야당과 노조·재야 시민단체는 이 모든 사태가 정부·여당이

유신 독재의 공안정국으로 회귀한 소치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어느 쪽이든 한 발자국이라도 물러설 여지가 없어 보인다.



독일 여류화가 베아테 하이넨의 ‘숙소찾기’는 아기 예수를 해산할 거처를 찾고 있는 요셉과 마리아를 현대적으로 상상해서 그린 그림이다.

요셉이 만삭의 마리아를 수레에 태우고 차가운 겨울 밤길을 가고 있다. 수레 옆으로 고급 아파트가 늘어 서 있는데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를 상징하듯 초 모양이며, 창문은 선물 꾸러미처럼 생겼다.

집집마다 창문에는 불이 환히 켜져 있지만 바깥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드물다.



가장 상징적인 암시는 모든 고급주택에 문이 없다는 사실이다. 안에서 창문 너머로 바깥세상을 구경은 할 수 있지만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현대인들의 차가운 이기주의를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겨울밤 촌각을 다투며 해산할 거처를 찾아 헤매는 이 절박한 부부에게 겨우 몇 사람만 시선을 줄 뿐 대부분은 무관심하고,

그마나 열어줄 문조차 아예 없다. 참으로 여지가 없는 빡빡함 그 자체가 아닌가.



海不讓水 의미 깊이 새길 때



2000년 전 예수께서 오실 때에도 그랬다. 사람들은 내남없이 돈 버는 일에만 바빴다. 자신과 가족 외에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리하여 만왕의 왕 만유의 주, 하나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 사는 거처가 아닌 축사에서 나셨다. 황금 침상이나 요람이 아닌 구유, 짐승들의 먹이통 안에 누우셨다.

아마도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사람들이 여인숙 주인들이 아니었겠는가. 송곳 하나 세울 만한 여지가 없었기에 영광의 구주를 비천한 가축우리로 내몰았던 장본인들이다.

오늘 성탄절에 우리 모두 여지를 마련해 보자. 여지가 없이는 예수님을 또다시 추운 겨울 밤 한데에 떠돌아다니게 만들 것이다.

바다가 깊은 것은 어떤 물이든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리라(海不讓水).



“사람이 밟는 길 폭은 겨우 몇 치에 불과한데 왜 한 자가 넘는 언덕길에서 굴러 넘어지며, 한 아름이나 되는 통나무 다리에서 자칫하면 강물로 떨어지는가.

좁은 언덕길, 좁은 다리에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진실이 사무친 말도 남이 믿어주지 않고, 천지에 부끄럽지 않은 주장도 남의 수긍을 얻지 못할 때가 있으니,

이것은 모두 내 언행, 내 사람됨에 여지가 부족한 까닭이다. 나를 비방하는 이가 있을 때마다 나는 이 점을 반성했다.”(顔子家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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