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허경영과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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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0 19:16 조회2,5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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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이 구속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죄로. 자칭 아이큐가 430이며, 대통령이 되면 모든 신혼부부에게 1억 원씩 지급하고 유엔 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정치에 냉소적인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족했다. 재미없는 선거판에 일대 흥미를 자아냈던 것이다.

동영상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몇몇 케이블 채널에 출연하더니 공영 방송 코미디 프로에까지 진출했다. 나도 웃으며 봤다.



 어느 순간부터 그가 사이비 교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눈빛으로 사람들의 병을 고칠 수 있으며 축지법과 공중 부양을 거들먹거릴 때부터 저건 아닌데 하고 염려했다.

 아예 정치 이야기만 했으면 비록 황당하다고 할지라도 그 기개는 높이 살 만했다. 그러나 정치가 아닌 혹세무민의 종교성이 그의 주무기라는 의혹을 떨쳐낼 수 없었다.



 허경영이 기인이라고 할 때 이미 작고한 시인 천상병이 떠올랐다. 나는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다만 그에 대한 문인들의 추억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들었을 뿐이다.

그에 대한 한결같은 평판은 ‘티없이 순진한 기인’이다. 예컨대 그의 손내밀기는 문단의 전설이었다.

동료 작가들에게 1000원, 2000원 등 세금을 매겨서 거둔 돈은 다시 선후배 술을 사주는 데 풀었다. 아무도 그의 술값 수금에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냈다.

그의 무욕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빨 빠진 못난 웃음을 함박꽃처럼 터뜨리는 그의 사진을 봤다.

그의 애틋한 시들을 읽었다. 왜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비정하고 메마른 세상에 뭔가 따스하고 순수하기 짝이 없는 인간애의 향취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기인이었다.



제이 로버트 내쉬는 ‘세계 기인 열전’에서 진정한 기인을 이렇게 정의한다.

“기인은 유별난 꿈과 정열의 소유자이고, 세속적인 관행을 무시하며, 사회적 권위와도 무관하며, 사회의 풍습이나 통념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자기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확실히 보통 인간은 아니다. 매우 진실하게 평범하고 자유로운 인간들이다. 따분한 인습이나 전통에 속박되지 않고, 형식의 예복을 벗어던지고,

인간을 정해진 틀에 끼워넣으려고 하는 획일적 사회구조에 등을 돌린, 너무나 정직해서 경이로울 수밖에 없는 인간들인 것이다.”



 아무래도 허경영은 허황된 군중심리와 천박한 상업주의가 만든 사이비 기인이 아닐까? 천상병처럼 정직한 진짜 기인은 어디에 숨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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