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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인생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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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0 19:19 조회2,2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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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민 신부의 '제3의 인생'은 성서 인물들을 조명할 수 있는 예리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제1의 인생이 자기 힘에 의지해 무엇을 해보려는 능동적 인생이라면,

제2의 인생은 그와 같은 자력 인생의 한계를 처절하게 체험하는 시기다. 제3의 인생은 자기 힘의 한계를 절감하고 하나님께 귀의한 수동적 영성의 인생이다.

제1의 인생에서 시작한 이가 반드시 제3의 인생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제1에서 자기 힘만 믿고 날뛰다 끝날 수도 있고, 힘의 한계와 좌절을 고뇌이다가 제2에서 마칠 수도 있고,

제3으로 넘어가 하나님께 사로잡힌 채 은혜롭게 마감할 수도 있다.



제3의 인생을 산 대표적 인물은 모세다.

이집트에서 바로와 함께 보낸 40년은 힘의 지배를 받은 삶이다. 오늘의 초강대국인 미국에 견줄 수 있는 이집트는 경제 군사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최고의 힘을 누렸다.

모세는 무자비한 힘이 지배하는 세계 한 가운데, 즉 바로의 궁전에서 힘을 쓰는 법을 배웠다.

그 힘을 극단적으로 행사한 것이 동족 히브리인을 괴롭히는 이집트인을 때려 죽이고서 모래 속에 파묻은 사건이다.

강자 이집트인들이 약자 히브리인들을 괴롭히는 힘의 논리를 그대로 배워서 그 역시 힘으로 부당한 현실에 대처했던 것이다.



그러나 모세는 바로와 히브리 동족으로부터 협공을 받고서는 미디안으로 도피한다.

힘의 논리가 또 다른 힘의 논리에 근거한 위협을 불러온 것이다. 이제 인간의 힘이나 어떤 이념으로 이웃을 돕겠다는 모세의 환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광야에서의 40년은 인간의 힘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는 좌절과 체념의 시기다. 모세는 힘을 배우는데 40년, 그 힘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40년을 보냈던 것이다.



 드디어 나이 여든에 소명을 받은 모세는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힘에 의존해 출애굽을 이룬다.

자기의 힘이 다 소진되고 가장 비참하고 외로워진 그때 그곳에서부터 하나님의 힘이 모세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제3의 인생기에 모세는 가장 믿기 어려운 하나님의 기적들을 속속 체험했던 것이다.



 3단계 인생은 탕자의 비유에서도 극적으로 펼쳐진다.

작은아들이 아버지 품을 떠나 먼 고장으로 가서 산 때→먹을 것이 다 떨어져 돼지 쥐엄열매로라도 배를 채우려고 한 때→아버지께로 돌아가 산 때.

중요한 것은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제3의 인생은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되돌아온 사람은 언제나 고향에 머물러 있는 사람과는 다르다."(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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