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반역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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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0 21:22 조회2,4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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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20장은 모세가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혈기와 불순종 탓으로 돌린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지시를 어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나 미리암이 죽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요 어머니 같은 누이요 출애굽의 영웅이 죽었을 때 모세의 상심은 극심했으리라. 백성들이 위로해주어도 모자랄 판인데 원망을 봇물처럼 퍼붓는다.

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세는 진절머리가 났으리라.



 모세는 이때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했다. 전에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향해 진노를 발하고 책망하시는 것이 상례였으나 달랐다.

그냥 바위에 명하여 물만 내라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 백성들에게 실망했을 적마다 하나님이 위로해주셨으나 이번에는 그게 아니었다. 이내 하나님께도 서운한 마음을 품었으리라.

드디어 회중들을 바위 앞에 불러 모아 일갈했다. “반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물을 내랴?”(민 20:10). 그동안 기적의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믿고 의지했던 모습이 아니다.

우리, 즉 자신과 아론이 물을 나오게 할까 하면서 만용과 오기를 부린다. 다분히 백성들뿐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감정적인 앙금이 짙게 깔린 반어적 질문이다.



 모세의 서운함은 여기에서 가시지 않는다. 그냥 바위에게 말만 하라는 하나님의 지시를 어기고 지팡이를 높이 들어 두 번씩이나 바위를 세차게 내리쳤다. 왜 두 번이었을까?

누구에게 미운 감정이 있을 때 돌부리를 걷어차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첫 번째 내리침은 백성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의 분출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하나님께 위로받지 못한 실망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바위가 꼴 보기 싫은 이스라엘과 섭섭하기 짝이 없는 하나님의 대용물로 비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모세는 이 일로 가나안 진입을 금지 당한다. 최후의 희망 모세까지도 반역의 죄를 저질렀다.

아론도 미리암도 온 이스라엘도 하나님을 거역했다. 아니, 온 인류가 반역에 연루되었다.



공천 대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정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낙천자들은 불만이 크다. 공심위에 대해 서운한 후보가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탈당도 서슴지 않는다.

지팡이로 바위를 때리듯 섭섭함을 폭발하고 싶은 사람들이 왜 없겠는가마는 어차피 정치 그 자체에는 도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나 권력 획득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제 진짜 개혁 공천인지 대학살극인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 반역의 역사는 인간의 본성임을 지적하고 싶다.

반역의 절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다. 그 위대한 모세까지도 반역죄를 저질렀다면 우리는 무슨 말을 하리오! 나의 반역으로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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