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내 곁에 외로운 이웃이 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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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0 21:48 조회2,3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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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수가 학생들에게 토론 과제를 부여했다.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절당할 위기 에 놓였다. 그런데 핵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이 하나 있다. 꼭 6명만 들어가 살 수 있는데 후 보는 10명이다.

결혼할 수 없는 수녀, 공산주의자 의사, 눈먼 소년, 일본인 교사, 갱생한 창녀, 품행 나쁜 여가수, 정치가, 여류 핵물리학자, 청각장애 농부, 그리고 아무 기술과 능력 도 없는 백수인 나. 모두 문제가 있는데

6명을 고르고 4명을 빠뜨리되 그 이유를 논하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제외시키기로 일치를 본 인물은 정치인이었다. 나 역시 비록 백수이지만 종족 번식을 위해 공헌한다는 이유로 뽑았다. 농부도 일찌감치 포함됐다. 식량 보급이 중요하기 때 문이었다.

이 세 사람을 제외하고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논쟁은 일본인 교사와 눈먼 소년에 관한 것이었다. 일본인이 빠져야 한다는 쪽은 민족 감정 때문이었다.

들어가야 한다는 쪽은 새 아시아를 건설하는 마당에 과거는 잊고 경제 감각이 뛰어난 일본인 교육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눈먼 소년에 대해서는 실리주의적인 쪽과 인도주의적인 쪽이 팽팽히 맞섰다. 이해타산을 따지는 학생들은 겨우 6명만 살아남는 소공동체에서 장애인은 아무 공헌도 할 수 없고 도리어 짐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주의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아직 어린 데다 장애까지 지닌 소년이므로 무조건 살려놓고 봐야 한다는 인간애적인 호소였다.



 결국 대세는 현실주의 쪽으로 기우는 듯했는데 평소 심하게 말을 더듬기에 거의 발표를 하지 않던 학생 하나가 손을 들었다. 눈먼 소년이 새 나라를 건설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떠듬떠듬

 힘겹게 펼쳤다. 장차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모두 정신없이 분주하고 경쟁하며 권력다툼을 할 것이 뻔 할 텐데 이 소년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시간과 물질을 쪼개 남

을 돕고 희생할 때 인간애가 고양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 학생의 결론은 간단했다. “그렇게 남을 돕고 함께 나눌 줄 모르는 나라라면, 그런 데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옳고도 아름다운 말이다. 주변에 우리가 도울 수 있고 위로해야 할 이웃이 있음은 축복이다. 부유하고, 똑똑하고, 잘생기고 건강한 엘리트들만 모여 사는 세상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

다. 오직 자기와 자기 가족만 생각하는 생지옥이기 십상이다. 가난하고, 둔하고, 못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이 우리 곁에 있음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큰 축복이다. 나뿐인 ‘나쁜 놈’이 되지 않고 더 인간답

고 아름다운 세상을 살기 위한 하나님 의 선물이요 배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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