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마법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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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1 13:57 조회2,5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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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끼친 이웃을 용서하지 않으면 자신부터 망가진다. 종아리를 맞고 울음을 터트린 아이는 코를 골며 잘도 자는데 매를 댄 엄마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이에게는 미움도 복수심도 없기 때문이다.

용서하면 상대방이 살기 전에 내가 먼저 산다.


  한 아내가 남편 몰래 바람을 피웠다. 불륜을 안 남편은 증오심으로 미칠 것만 같았다. 겉으로는 용서한 척하며 이혼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좀처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가 미움으로 몸부림칠 때마다 천사가 내려와 작은 조약돌 하나를 그의 가슴에 떨어뜨렸다. 복수심으로 불탈 때마다 조약돌은 어김없이 그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 날카로운 통증을 가져왔다.

이내 남자의 가슴은 온통 피멍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한 남자는 천사에게 가슴의 통증을 풀 길이 없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천사는 즉각 그에게 마법의 눈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내를 자기를 배신한 음녀로 보지 않고, 남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자비의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천사는 그가 이러한 마법의 눈으로 아내와 온 이웃을 새롭게 볼 때에만 가슴을 후벼대는 조약돌들을 하나둘씩 제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남편은 그 순간부터 아내를 사랑과 용서의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마법의 눈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부터는 아내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 품에 안긴 몹쓸 여인이 아니라 자기를 사랑했던, 자기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불쌍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내를 보는 눈이 새로워질 때마다 신비하게도 가슴의 아린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천사의 약속대로 조약돌이 하나둘 떨어져나갔기 때문이었다.



  왜 우리는 이웃을 용서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고통과 상처를 준 그 사람을 미워하고 해치려 할 때 예리한 조약돌이 비수처럼 우리의 영혼부터 후벼파기 때문이다. 내가 변하면 상대방도 변한다.

내가 먼저 사랑과 용서의 마음을 줄 때 미워했던 그도 달라진다. 동서간의 이념 갈등이 하늘을 찌를 때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둔 동독의 한 마을 사람들이 벽 넘어 서독의 마을로 쓰레기 더미를 버렸다.

그러나 서독인들은 식량과 옷가지를 싸서 동독인들에게 던져주었다. 그런데 구호품 속에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진 것만을 남에게 준다."

동독인들은 가진 것이 쓰레기밖에 없으니 쓰레기를 주지만, 서독인들은 식량과 옷가지가 넘쳐나서 이것들을 준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만을 남에게 줄 수 있다. 자비와 용서의 마음으로 세상을 새로이 보는 마법의 눈을 가진 이만이 증오와 복수의 악순환으로 일그러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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