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날 저문 빈 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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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1 14:23 조회2,4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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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절기에 오병이어의 이적을 생각한다.


 "저녁이 되매 제자들이 나아와 이르되 이곳은 빈 들이요 때도 이미 저물었으니 무리를 보내어 마을에 들어가 먹을 것을 사 먹게 하소서"(마 14: 15).



 빈 들과 저문 때가 눈에 잡힌다. 경기 불황으로 적지 않은 이들이 날 저문 빈 들에서 허기져 지쳐 있는 듯 보인다. 대학가에서 분식당을 운영하는 박 집사는 매출이 30%나 줄었다고 울상이다.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유 선생은 급등한 환율 때문에 애간장이 탄다. 이웃집 석이 아빠는 언제 몰아칠지 모르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내남없이 저문 날 빈 들에서 서성대며 쓸쓸하다. 이런 처지에 감사는 무슨 감사?



 마태복음의 오병이어 이야기 바로 앞에는 분봉왕 헤롯이 세례 요한을 무참히 살해한 이야기가 나온다. 폭군 중의 폭군이요, 탐욕과 복수심으로 일그러진 헤롯왕과 평강의 왕이요, 무리를 한없는 자비로

보살피시는 주님의 모습이 극명히 대조된다.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헤롯의 궁전과 날 저물어 썰렁한 빈 들이 대비된다. 산해진미가 넘쳐나는 헤롯의 초호화판 잔칫상과 보리떡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만 달랑 남은 초라한 식탁이 비교된다. 그럼에도 전자는 탐욕과 증오로 얼룩진 죽음의 식탁인데 반해 후자는 자비와 긍휼의 주님이 예비하신 생명의 식탁이 아니던가.



 오늘 우리는 헤롯 궁전의 넘쳐나는 잔칫상을 부러워하지 말자. 거기에서 최고이나 부정한 성찬을 먹느니 주님이 함께하시는 정결한 식탁의 소찬이 훨씬 더 맛나리라.

오늘 우리의 구부러진 상 위에는 오병이어가 전부인가? 그래도 실망하지 말고 감사해보자. 주님의 손에 사로잡히기만 하면 적은 것도 이내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매 제자들이 무리에게 주니"(마 14: 19). 오병이어를 높이 드신 주님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축복하셨다. 지극히 적은 것이었지만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축복하시니 끝없이 늘어나고 또 늘어나 5000명이 먹고서도 열두 광주리나 남았다. 그렇다.

빈 들에 날은 저물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지 않은가. 그것으로 주께 감사하자. 반드시 풍요가 있으리라.


 "참으로 지혜로운 이는 모든 경우에 있어서 배우는 사람이고, 참으로 강한 이는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며, 참으로 부유한 이는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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