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요단강을 앞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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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1 14:30 조회2,3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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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 강만 건너가면 되었다. 멀리 강 건너 어렴풋이 여리고 성읍이 보였다. 얼마나 숙망했던 약속의 땅이던가. 낮에는 불볕더위로 살이 타고 밤에는 추위로 벌벌 떨던 광야, 불뱀과 전갈이 득실거리던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 얼마나 고생이 심했던가. 날마다 죽어 넘어지는 동료들의 시체 썩는 냄새를 맡으며 오로지 저기 강 건너 꿈의 땅 하나만 바라고 살아온 인고의 세월이 아니었던가.



요단강의 수위는 한껏 높아 있었다. 우기가 끝난 4월 봄이 되어 보리 추수기가 되었는데 최북단 헐몬산의 눈이 녹아 흘러내려와 급류를 이루는 바람에 폭은 넓고 수심은 깊고 물살은 급해졌다. 배나 뗏목이나

 다리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들과 여호수아 총사령관은 참 이상한 명령을 내렸다. 삼가 욕심을 절제해 스스로 성결케 하라는 것이었다(수 3:5).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이 강에 뛰어들면

 그 뒤를 쫒으라고 했다(수 3:3, 6).



 아니, 저 강을 건너려면 도강할 도구를 만들라고 명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지, 성결해지고 언약궤를 뒤따라 가라니. 요단을 건너는 것이 무슨 제의나 정결례라도 된단 말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일치된 순종을 보였다. 경건해지고자 무던 애를 썼다. 그 이튿날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이 강물을 밟자 물이 멈췄다. 그들이 강 한가운데의 마른 땅 위에 굳건히 서 있는 동안 우리 모두는 육지처럼 도하했다.



 새해에도 당신 앞에는 건너기 어려운 요단강이 버티고 있으리라. 그대 어떻게 그 강을 건너려는가? 인간적인 잔꾀를 부리기 전 스스로 거룩해보라. 부정과 편법으로는 손쉽게 도강하는 것처럼 보이나 이내 풍

파가 불어닥쳐 침몰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성결해져서 말씀을 청종하면 그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강을 건너가고 말리라.



 한 산악인이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험준한 산을 올라가다가 발을 헛디뎌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히 안전 로프에 의지해 추락은 면했다. 암벽에 기댄 채 그는 긴 로프를 허리에 칭칭 감기 시작했다. 식은땀을 흘

리며 기도했다. "내가 무엇을 해주길 원하느냐?" "저를 구해주세요!" "내가 너를 구원할 수 있다고 정말 믿느냐?" "믿고 말고요!" "그렇다면 너의 허리에 맨 로프를 당장 풀어버려라!" 일순간 침묵과 정적이 흘

렀다. 사나이는 오히려 더 강하게 로프를 허리에 동여매기 시작했다. 이튿날 구조대는 로프를 온 몸에 칭칭 휘감은 채 얼어 죽은 시체를 수습했다. 그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위치는 땅에서 겨우 1m밖에 되지 않

았다.



 새해에도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진입하기 원하는가? 성결하라.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순종하라. 우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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