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그 무엇도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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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1 14:16 조회3,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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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들과 교인들을 끔찍이 사랑했던 노(老) 권사님이 돌아가셨다. 폐암과 폐결핵 선고를 받은 지 꼭 한 달 만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암세포가 전신에 번졌을 정도이면 그 발병 시기는 오래 전이었음에 틀림없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예배에 빠지는 법이 없었다. 항상 그 자리, 정해진 좌석이 있었다.

 입원하기 전만 해도 몹시 아팠을 텐데 늘 명랑한 얼굴로 나다니셨다. 어떻게 그런 몸으로 모든 집회에 어김없이 참석할 수 있었을까, 참 신기했다.



 권사님은 근 10년 동안 중풍으로 쓰러진 남편을 수발했다. 설상가상으로 아들 둘만 둔 집안에 막내가 결핵을 앓아 모진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용하다는 의사, 좋다는 약, 유명하다는 기도

원, 안 해본 일이 없었건만 남편이 별세한지 두 달 만에 아들 역시 갔다. 남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참척(慘慽)을 당한 아픔은 뼈에 사무쳤을 것이다. 하지만 특유의 신앙으로 이겨냈다.



 권사님은 배움은 짧았지만 지혜롭고 자애로웠다. 자신이 큰 고난의 터널을 통과해서 그런지 교인들의 애경사는 참 알뜰하게 챙기셨다.

바쁜 스케줄로 허덕이던 나는 다행히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 병문안을 할 수 있었다. 결핵균을 염려해 마스크를 쓰고 면회를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벗었다. 왠지 지상에서의 마지막 대화일 것 같아

 '권사님이 사랑했던 내 얼굴'(?)을 마음껏 보여주고 싶었다. 교회에서 열린 장례예배 때 주책없이 눈물이 쏟아졌지만 그 무엇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권사님을 끊어놓을 수 없다는 확신이 왔다.



 한 미국 교회에서 견진성사(Confirmation) 과정이 끝난 뒤 가족 친지들을 초청해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질문을 던졌다. 로마서 8장 38∼39절 말씀을 암송하는 일이었다.

"조지, 너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어놓을 것이 무엇이지?"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메리, 피터, 앤드루, 그레이스 등 모두 확신에 차서 잘도 대답했다.



  드디어 정신지체아인 레이철 차례가 되었을 때 교회 안은 갑자기 술렁거리며 긴장했다. "레이철, 무엇이 너를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끊게 될까?" 레이철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Nothing!" 이보다 더 멋진 명답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 무엇도, 심지어 죽음조차도 사랑했던 권사님과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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