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야곱의 패배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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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0 18:45 조회3,6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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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외삼촌 라반과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었기에 하란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

형 에서가 사병 사백 명을 거느리고 진격해오기에 나아갈 수도 없다. 아내들과 자식들과 종들과 일체의 소유를 얍복 시내 건너로 떠나보내고 야곱은 홀로 하나님 앞에 선다.

바로 그 때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야곱을 붙잡고 동이 틀 때까지 씨름을 한다. 혹자는 그를 에서라고 한다. 야훼 하나님이라는 해석도 있다.


오직 하나님의 힘을 빌려서만 달랠 수 있는 숙적이 에서라면 그는 에서인 동시에 하나님이다.

그런데 야곱은 에서의 분노를 맞닥뜨리기 전에 하나님의 공격부터 막아야만 한다. 용서하는 형의 얼굴을 보기 전에 축복하는 하나님의 얼굴부터 봐야 하는 것이다.



싸움은 팽팽하다. 야곱은 한다면 하는 사람, 맘먹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면피다.


 ‘야곱’, 뭐든지 ‘움켜잡는 자’요 ‘빼앗는 자’를 이기는 것은 지난하다. 그보다 훨씬 더 강한 분이 초월적인 힘으로 제압시키지 않고서는 변화가 난감하다.

그 낯선 이가 남성성의 상징인 생식기 주변의 환도뼈를 치자 야곱은 쓰러진다. 도저히 부서지지 않는 자아는 하나님이 부셔야만 한다.

하나님은 도무지 새사람 될 기미가 없을 때 최후의 자존심인 환도뼈를 쳐서 우리를 항복시킨다.



불의의 일격으로 일거에 무너진 야곱은 이 남자가 신적 존재인 것을 알아차린다.

 자기를 축복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놓아줄 수 없다고 떼를 쓴다. 온갖 고생을 해서 탈취한 장자권과 땅과 후손의 축복이 에서의 분노로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처했기에 요구는 절실하다.

그 남자가 야곱의 청을 물리치기 어려워지자 이름을 묻는다. 발뒤꿈치를 잡고 나와 속여먹기 잘하던 ‘야곱’이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이스라엘’이 된다.



육의 옛사람이 영의 새사람으로 뒤바뀌는 순간이다.



 야곱과 하나님의 씨름은 패배와 승리가 둘 사이에 번갈아가며 일어난 영적 싸움이다.

야곱은 패자인 동시에 승자다.

그의 패배는 환도뼈가 어긋난 것으로, 승리는 축복을 얻기 위해 하나님께 달라붙은 것으로 상징된다.

하나님도 마찬가지다. 축복해달라는 야곱의 강청을 들어준 것은 하나님의 패배나 그의 남성과 미래가 걸린 환도뼈를 부러트린 것은 승리다.

이렇게 둘은 비긴 것이다! 그러나 새사람 이스라엘은 영광의 상처를 입어 한쪽 다리를 절뚝거린다.

절뚝대는 승리, 즉 패배적인 승리 혹은 승리적인 패배를 통해 축복하는 하나님의 얼굴을 뵌 야곱은 용서하는 에서의 얼굴을 본다.

하나님 사랑이 형제 사랑과 어울려 화해로 귀결된다. 오늘 우리의 패배는 부서지지 않는 우리 ‘옛 자아’의 부서짐이요, 승리는 ‘영적 축복’을 얻기 위해 하나님을 향한 매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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