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바이블시론- 편법사회를 경계한다(201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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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1 16:19 조회2,3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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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2장에 보면 아브람 부부가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갔다가 낭패를 당한다. 사래가 자신의 아내인 것을 바로가 알 경우 혹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에 아브람은 누이동생이라고 속인다.

그는 아내를 팔아서라도 한 목숨 건지고 대접까지 받겠다고 어이없는 거짓말을 한다.



여기에 드러난 아브람은 75세에 본토 친척 아비집을 두 눈 딱 감고 떠난, 태산준령과 같은 믿음의 사람이 전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안위와 이득만 보장된다면 아내까지 팔아넘길 수 있는 비루한 소인배다.

아내가 타국 왕의 첩으로 전락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아브람은 거짓을 고하고 기대했던 대로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고 수많은 선물까지 얻는다.

하지만 순간적 두려움을 이기고자 편법을 동원해서 얻은 이득은 위태하기 짝이 없다. 결국 사래가 아브람의 아내인 것이 알려져 아브람 부부는 크게 망신을 당한 채 이집트에서 추방된다.



순간적인 두려움이 거짓 낳아



 아브람처럼 신실한 믿음의 사람도 때로 편법의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일순간 손익계산을 하다보면 정도(正道)가 아닌 편리하고 손쉬운 방법을 쓰게 된다.

지금이야 상당수 근절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들을 군에 보낼 때 좀 편하게 만들기 위해, 자녀를 좀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청탁과 같이 이런저런 편법을 동원할 때가 있었다.

모두 두려움 때문이다. 위험에 대한 두려움, 가문의 명예에 대한 두려움, 계획했던 일들이 좌절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교묘한 수단을 부린다.

아직도 우리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갖가지 편법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



편법사회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최근 동부전선의 최전방에서 일어난 북한군의 ‘노크귀순’이다.

북한 병사가 귀순했을 때 생활관의 CCTV로 신병을 확보해 놓았다는 합참의장의 당초 보고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생활관까지 제 발로 걸어와 문을 두드리고 직접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이 병사가 노크하며 귀순 의사를 알리기까지 철책선은 그렇게 뻥 뚫려 있었던 것이다.

만일 귀순이 아닌 특수임무를 띤 상태에서 넘어왔다면 참으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철책경계 근무를 소홀히 한 것도 큰 문제지만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상급부대에 허위 보고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있었던 허위 보고 사례까지 속속 폭로되고 있다. 한때 군에서 유행했던 이른바 ‘가라(가짜) 보고’는 이토록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다.



우리 군의 기강이 풀어졌다는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전방의 경계는 전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어 있다.



‘노크귀순’ 사례 고뇌해봐야


 그래서 ‘작전에 실패한 장교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장교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유명한 말도 있다.

어떻게 하다가 작전에 한번쯤 실패하는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로 여길 수 있지만 경계근무의 실패는 그렇지 않다.

혹 철책선이 뚫려 한밤중에 무장공비라도 침투하는 날에는 부대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까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염려하는 것은 정확한 보고가 생명인 군이 거짓 보고를 했다는 사실에 있다.

문책이 두려워 급조된 거짓 보고가 최고 지휘부까지 올라갔다는 점에서 군은 신뢰도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아브람처럼 순간적인 위기모면용이나 이득용으로 동원하는 편법은 항상 자신과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기 마련이다.

특히 어떤 사태가 일어날 때 최초에 일을 처리하는 당사자는 무조건 정직하고 야무져야 한다. 편법이 아닌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래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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