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총화

세례와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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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20 18:20 조회2,1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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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군목 시절 교회와 성당, 법당을 왔다 갔다 하는 철새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례와 영세와 수계를 다 받아놔서 천국이 있든 극락이 있든 염려 없다고 큰 소리를 쳤다.

상관의 말 한 마디에 종교생활까지 영향을 받던 엄혹한 시절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현실이었다.

지휘관의 종교적 성향에 따라 장병들까지 쉽게 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 대선 후보의 부인이 법회에 참석해 법명을 받은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장로 부인이자 권사이기에 기독교인들의 의혹이 컸다. 당사자는 사실이 와전되었다며 극구 해명했다.

불교 행사에 참석했는데 본인이 원치 않는 법명을 일방적으로 선사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그 후보 부인이 기독교에서 불교로 개종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므로 법명 파동은 해명 그대로 불교를 존중하려는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타의에 의해 일어난 해프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불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법회에 참석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불교 쪽의 지원을 얻겠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깊이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



수계는 어떤지 모르지만 세례는 매우 중요한 기독교 예전이다. 물로 죄를 씻어 구원받았다는 표시(sign)가 세례인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를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고백해서 구원을 얻는데”(롬 10: 10), 그 구원 얻은 객관적 징표가 세례이다.


 세례가 중하였기에 초대 교인들은 함부로 세례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세례받은 이후의 죄는 용서받기가 더 어렵다고 믿었기 때문에 콘스탄틴 대제는 임종시에 가서야 세례를 받았다. 이렇게 세례는 기독교 입문의 자격증 그 이상을 의미했다.



선거철만 되면 종교계를 기웃거리는 정치인들이 많다.

단지 한 표라도 더 얻을 요량으로 자신이 세례받은 교회 중직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타종교에 지나치게 굽실거리는 이들도 있다.


타종교를 존중한다는 정신은 귀한 것이다. 그러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그럴 필요는 없다. 내 신앙을 확고히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타종교인들과 융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독교인들은 무조건 교인 후보를 찍어야만 한다고 선동하는 지도자들도 잘못이다.


자질과 역량을 먼저 저울질해야지 단지 나와 같은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편드는 것은 미숙한 발상이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나 유권자나 간에,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받은 이들의 숭고한 신앙 양심을 엄히 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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